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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앞세운 PEF, 기업 신용도에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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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요즘 사모펀드(PEF)들의 셈법이 분주할 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경기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나면 PEF들의 움직임이 바빠질 수 있거든요.

PEF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지분,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운용하고 투자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2004년 말 도입된 국내 PEF는 인수합병(M&A) 시장에 주요 참여자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최대주주나 주요 주주로 자리잡은 것이죠.

PEF는 태생적 특성상 일반 경영진과는 다른 경영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PEF는 일정 기간을 미리 설정하고, 이 기간 동안 기준 이상의 수익을 내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계속적인 경영이나 사업 영위를 목적으로 하는 최대주주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PEF의 주된 투자 수익의 원천은 지분 매각 차익입니다. 지분 매각 차익이 기대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되면 매각 전까지 다른 수단으로 투자 수익을 보충하려는 유인이 강해집니다. 그렇다면 PEF가 최대주주가 됐을 때 기업의 신용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코로나19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 등 경제 충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틈타 자금력을 앞세운 PEF들이 '알짜' 매물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수 있죠. 이 때문에 PEF의 기업 지배가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가 때 마침 PEF의 기업 지배와 신용도 간 상관관계를 사례별로 분석해 눈길을 끕니다.

일단 PEF의 투자 회수 방법부터 보겠습니다. PEF가 투자를 회수할 때 배당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투자 회수 재원은 기업의 잉여현금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자산을 매각하기도 하고,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기업의 잉여현금흐름 대비 과도한 배당이 나가면 아무래도 기업의 유동성이 약화되는 등 재무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PEF가 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가 기업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특수목적회사의 차입금이 이전되는 일도 있습니다. PEF 입장에선 지분 매각 장기화를 대비하고 투자가 실패했을 때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기업의 재무부담은 불어나게 되죠.

사실 기업 가치가 올라야 PEF의 매각 차익도 커집니다. 이렇다 보니 PEF의 기업 인수가 기업의 경쟁력이나 이익창출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PEF가 투자 기간 중 투자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의 자금을 유출시키거나 재무부담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종합해보면 PEF가 기업의 사업적 측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재무적 측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각각의 영향 정도에 따라 기업의 신용도 향방이 갈릴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맹점이 있습니다. 기업의 사업 역량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상황에서 PEF는 이익 증가에 맞춰 배당을 늘리게 되거든요. 사업이 좋아져도 곧바로 신용도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PEF가 일반적인 투자 기간인 5~8년 내 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 전략 보다 투자나 비용 축소 등을 통한 중단기적인 영업이익 증가를 추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PEF가 인수한 후에 실적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내용적인 측면에서 좀 더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PEF의 투자 회수 성향이 공격적인 경우에는 판단이 훨씬 쉽습니다. 단기적인 투자 회수에 치중하기 때문에 기업 신용도에는 부정적입니다. 사업 자체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의 특성 자체가 기업 신용도를 이중으로 흔드는 겁니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신용평가의 주요 검토 요소 중 하나는 지배구조다. PEF는 제한된 기간 내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의 신용도에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