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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 줬는데…"수당 6억 달라"는 코레일 직원들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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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근무 대신 대체휴일 부여한 코레일·SR
평일 쉬고 휴일근무하는데도 "휴일수당 달라" 줄소송
"대체휴일을 특정일로 정하지 않았다" 주장
재판부 "미리 대체휴일 방식 정하면 충분" 기각
유급 공휴일 늘면서 비슷한 소송 증가
전문가들 "대체휴일 예측가능하게 정해야"


수서고속철도와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이 공휴일 근무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을 달라며 수억원대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대체휴일을 줬다면 공휴일 근무에 대해 휴일근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는 지난달 9일 주식회사 에스알(SR) 직원 30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공휴일 근로수당의 소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도 지난 2월 근로자 137여명이 에스알 직원들과 동일한 취지로 회사를 상대로 6억원대 임금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유급 공휴일이 늘어나면서 이런 종류의 소송이 늘고 있다"며 "노사 간 대체휴일 관련 합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평일 쉬고 휴일근무하는데…"휴일수당 달라"
소송을 낸 SR직원들은 '교번근무자'들이다. 교번근무란 휴일 근로가 많은 철도회사 특성에 따른 근무형태로 주간근무, 야간근무, 휴무 등을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하는 근무형태다.

원고 직원들은 "교번 근무를 하며 '공휴일'에 근무했지만, 통상근로에 따른 임금만 지급 받았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휴일 근로에 대한 휴일근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관공서 공휴일'은 '유급' 휴일이므로, 해당일 근무에 대한 임금에 더해 유급수당까지 추가로 달라는 뜻이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한명당 적게는 몇십만원, 많게는 550만원에 달했으며 총금액은 6억원을 웃돌았다.

재판의 쟁점은 노사 합의에 따라 '대체휴일'이 지급됐느냐였다. 2018년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에 따른 3·1절, 설날, 추석,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등 관공서 공휴일은 유급으로 보장된다. 다만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법정공휴일을 특정 근로일로 대체하는 게 가능하다(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

에스알 노사는 단체협약에서 "교번근무자는 ‘근무 형태에서 발생한 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를 근거로 회사는 '대체휴일'을 부여했다"며 휴일근무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반면 근로자들은 "대체휴일인 '특정한 근로일'이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법원 "교번근로자가 유급휴일 더 많아" 일축
재판부는 "공휴일 대체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근로자 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미리 공휴일 대체 방식을 정하면 족하다"며 "노조와 회사는 교번근무자의 공휴일을 ‘근무 형태에서 발생한 휴일’로 대체하기로 하는 '서면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원고 직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비록 '특정일'을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대체휴일을 사전 예측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유효한 노사 합의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교번근무자들은 승무근무 공지 후 3개월 단위의 일정을 대략 예측할 수 있어 근무일 및 휴무일 확인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번근무자들이 일근 근무자보다 유급휴일이 더 많은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교번근무자들은 일근근무자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많은 유급휴일을 부여받고 있어서, 휴일대체 합의가 교번근무자들에게 특별히 불이익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8년 이전엔 법정 유급휴일은 근로자의 날(5월 1일)과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주휴일' 뿐이었다. 이에 휴식권 보장을 위해 국회는 2018년 법을 개정해 일반근로자들에게도 관공서 공휴일 규정에서 정하는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도록 했다.

다만 업무 특성에 따라 금전적 보상 대신 '대체 휴일'로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 문제는 이 '대체휴일' 규정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라는 절차적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뿐, 구체적인 합의 방법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휴일대체 합의의 유효성을 두고 법률상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휴일근무가 많은 마트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비슷한 취지의 수백억원대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교대, 교번제 근무자가 다수일 때 이들의 대체 휴일을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모두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휴일 대체에 대한 서면합의가 있었고 대체 휴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있었다면 반드시 대체휴일이 특정한 날로 반드시 정해질 필요는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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