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근무태만 등의 징계사유로 2023년 3월 해고 통지를 받았다. 징계사유로 언급된 내용 중 가장 많이 문제가 된 것은 '틱톡'이었다.
A씨는 같은 조에서 일하던 동료 직원의 사진을 촬영한 다음 자신의 틱톡 계정에 게시했다. 이 게시물엔 "둘이 무슨 사이냐", "둘이 사귀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이 댓글을 동료에게 보여주면서 "틱톡 영상이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직원이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조를 바꿔달라고 할 것'이라고 한 뒤에야 틱톡에 올린 영상을 삭제했다.
A씨의 '틱톡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같은 직원이 탕비실에서 간식을 먹고 있자 틱톡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동의 없이 얼굴을 노출시켰다. A씨는 라이브 당시 "여직원이랑 같이 있어 보여줄까"라며 피해직원이 노출되도록 했다. 피해직원은 세 차례에 걸쳐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탕비실을 나갈 때까지 라이브 방송은 계속됐다.
A씨는 업무시간에도 틱톡을 사용했다. 틱톡을 시청하면서 근무를 한 것도 모자라 근무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우면서 발차기를 하는 동영상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가 이를 볼 수 있게 한 것.
국가근로장학생이 직원들과 간식으로 나눠 먹은 피자를 싸가려고 할 땐 "살쪄 내려놔"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인턴들에게 마스크를 벗어보라 한 뒤 한 직원에겐 "빨리 다시 올려"라고 말하고 다른 직원에겐 "청순한 느낌이 있네"라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또 다른 직원에겐 "마기꾼은 아니네요"라는 등의 '외모 평가'도 했다.
이 외에도 매표 창구에서 고객에게 욕설을 내뱉거나 다른 직원에 관한 험담을 늘어놨다.
코레일은 A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A씨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원직 복직 명령을 얻어냈다. 이후 중노위가 전남지노위 판정을 취소하고 해고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놓면서 다시 상황이 역전됐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A씨가 틱톡 라이브를 직접 진행한 점과 피해직원 얼굴을 노출시킨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근무 중 틱톡을 시청하고 게시물을 올린 것과 관련해선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코레일과 소속 직원들의 이미지를 훼손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여직원 얼굴을 틱톡에 올리고 주먹인사를 강요하는 등 나머지 성희롱 관련 발언에 대해선 "동료 직원들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마기꾼' 발언이 친해지기 위한 행위였다는 A씨 주장엔 "친해지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발언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초래한 이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심은 나머지 징계사유들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보다 어린 여성인 피해직원이 A씨와 함께 있는 모습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키면서 마치 사귀는 사이인 것처럼 보인다는 반응을 유도하고 피해직원에게 재미있는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며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이라는 추가 판단을 제시했다.
주먹인사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주장엔 "피해직원이 4회 정도 강하게 거부하니 그 이후로는 하지 않았다는 것인 만큼 거부 의사를 알고 즉각 그 행위를 멈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1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판결을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법적 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이달 초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지난 13일 이 사건 재판부를 지정한 상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