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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한테 생활비 月 50만원씩 받았다가…'날벼락' [고정삼의 절세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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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용돈 등 비과세
소득 있는 자녀에 생활비 지원 시 증여
생활비 다른 목적 활용해도 증여 대상
증여 미신고하면 20% 가산세도 부과

가족 간 금전 거래시 비과세 활용하면
자녀 31세까지 최대 1.4억 줄 수 있어

<고정삼의 절세GPT>에서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각종 세금 관련 이슈를 세법에 근거해 설명해줍니다. 4일 12회는 우리은행에서 세무 컨설팅과 기업 대상 절세 세미나를 진행하는 호지영 WM영업전략부 세무팀 과장과 함께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의 절세 방법을 소개합니다.>

# 김정한(40대·남)씨는 최근 부친상을 겪은 친구를 만나 과세당국의 상속세 조사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커졌다. 재산 상속 과정에서 국세청이 친구와 그의 아버지 간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했는데, 이때 상속 전 10년간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5000만원이 문제가 됐다는 사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친구에게는 미신고 가산세까지 더해 증여세로만 600만원이 부과됐다. 뿐만 아니라 친구는 이 증여액으로 30%의 추가 상속세까지 납부해야 했다. 김씨는 "과거 큰 금액은 아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아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생활비·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도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생활비를 모아 차량 등을 구매할 경우 증여로 판단되고, 이를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면 가산세까지 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는 비과세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면 자녀의 목돈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회 통념상' 인정 여부가 관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거래 형식과 목적 등과 관계없이 무상으로 이전받는 재산 또는 이익은 모두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다만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 10년 단위로 일정 금액은 면제해준다. 부부 간 증여에는 6억원, 미성년과 성인 자녀에겐 각각 2000만원과 5000만원까지 공제(비과세)된다.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총 5000만원을 줬다면 2000만원을 초과하는 3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때 증여세는 증여재산에서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에서 세율을 곱한 뒤 누진공제액을 제하면 된다. 과세표준을 보면 1억원 이하의 경우 10% 세율이 적용되고 누진공제액은 없다. 이외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세율 20%·누진공제액 1000만원)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30%·6000만원)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40%·1억6000만원) △30억원 초과(50%·4억6000만원) 등으로 구분된다.

다만 관련 법에선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교육비·축하금·부의금 및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은 비과세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 등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 통념상'이란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자녀가 경제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데도 부모가 생활비·교육비·학비(유학비 포함) 등을 지원했다면 증여로 간주된다.

호지영 과장은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 등은 증여에 해당한다"며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부모 등에게 지원받는 경우 사회 통념상 이를 증여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없는 손자녀에게 조부모가 주는 학비나 용돈 등도 증여에 해당한다"며 "이는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어 자녀를 부양할 수 있음에도 조부모가 지원을 해준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생활비를 모아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했다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관련법 시행령 제35조엔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한해 비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정기적으로 자녀에게 생활비 명목의 목돈을 줄 경우 증여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호 과장은 "생활비 1년 치를 한 번에 주면 인정되지 않고, 매달 주면 인정되는 등의 기준은 없다"며 "다만 금액이 생활비로 인정될만한지, 실제 그러한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등에 대한 사실관계는 과세관청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증여세 대상인지 모르고 신고하지 않으면 추후 가산세까지 물게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무신고로 분류되면 세액의 20%를 가산세로 내야 하며, 기한 이후부터 납부 불성실 가산세가 일별로 0.0022% 부과된다.
비과세 한도 활용해 1.4억 증여 가능
그렇다면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자녀에게 10년 주기로 비과세 증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증여를 시작하면 31세가 될 때까지 총 1억4000만원을 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자녀가 태어난 직후 2000만원을 증여하고 10년 후인 11세에 2000만원, 21세와 31세에 각 5000만원씩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 이때 자녀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 연평균 배당수익률 4% 수준의 배당주에만 투자해도 31세에 손에 쥐는 돈이 단순 계산으로 2억327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불어난다.

또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는 증여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호 과장은 "차용증의 경우 공증 여부는 필수가 아니고 법정 서식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이자 지급은 금융거래 내역으로 남겨둬야 추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세법에선 연 4.6%의 적정 이자율을 정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반드시 적정 이율을 맞춰 금전 대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실제 지급 이자와 법정 이자 간 차이가 연 1000만원을 넘어서면 증여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금출처 조사 때 문제 불거져 주의
가족 간 금전 거래는 국세청에서 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과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호 과장은 강조했다. 성인이 된 자녀가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할 때 국세청이 해당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면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 과장은 "자산 취득액 혹은 부채 상환액이 대상자의 소득 등을 고려해 입증되는 자금을 넘어설 경우 자금 출처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때 부족한 자금은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부모에게 받았다고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속세를 내야 할 때도 증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에서 과거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서다. 호 과장은 "피상속인과 상속인과의 금융거래 내역을 보는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 자금 거래에 대해 세금 문제를 따져볼 수 있다"며 "이때 생활비 지원 등의 거래가 있다면 그 당시 증여된 자금에 대해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되지 않은 사전 증여 내역이 드러나면 증여 당시 과세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우선 과세된다"며 "증여세뿐 아니라 해당 증여가 상속일로부터 10년 이내 이뤄졌을 경우 사전 증여 재산으로 누진과세 되는 상속세 과세 체계에서 상속 재산에도 합산되면서 세금 부담이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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