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제1우선주(한화우)가 상장주식 수 기준 미달로 상장폐지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대선 전후로 주가가 급등하자 일부 우선주 주주는 보통주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한화 보통주 주가가 우선주를 추월해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장외 매수 목적으로 상장폐지를 제시했다. 유통주식 수가 많지 않아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시 상장폐지에 반대하거나 매수가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은 장외 매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당 취득가액은 4만500원이었다. 하지만 장외 매수가 진행됐던 작년 8월 16일부터 9월5일까지 한화우 주가는 줄곧 4만원대를 웃돌았다.
최근 한화 주가가 급등하며 투자자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한화는 하루 만에 20.98% 급등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사회가 오너나 회사가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 이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되면 지주사가 재평가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상법 개정과 같은 정책적 제도 정비와 지주사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최근의 주가 상승은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장폐지를 걱정했던 우선주 주주들은 주가 상승에 웃음 짓고 있다. 한화가 원활한 상장폐지를 위해 장외 매수를 추가 진행하면 과거보다 높은 매입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는 5만1000원으로 과거 취득가액(4만500원)을 크게 웃돈다.

앞서 유사한 경우로 삼양홀딩스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양홀딩스우는 월평균 거래량이 1만주를 밑돌아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 이에 지난 2월 13일 삼양홀딩스는 정기 주주총회에 우선주 1주를 보통주 1주로 전환하는 안건을 상정했고, 원안대로 통과됐다.
안건이 상정되기 전 삼양홀딩스 보통주 주가는 우선주보다 20% 이상 높았다. 하지만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선주에 투자자가 몰렸고, 우선주는 하루 만에 17% 급등했다. 현재 삼양홀딩스 보통주와 우선주 주가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4월부터 전환권이 행사되고 있다. 30만4058주였던 우선주 수도 17만8567주(5월 30일 기준)로 빠르게 줄고 있다.
삼양홀딩스처럼 한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우선주 투자자들은 큰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직전 거래일 한화 보통주 종가는 9만700원, 우선주는 5만1000원이다. 괴리율은 70%를 웃돈다. 우선주가 하루 만에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다.
한화 관계자는 "(우선주 보통주 전환 관련) 요청이 없어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소액주주 보호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장 폐지를 앞둔 우선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고 상장 폐지되면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매매차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일례로 2020년 상장폐지를 앞둔 쌍용양회 우선주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주가는 공개매입가, 유상소각가를 크게 웃돌았고, 고점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끝내 큰 손실을 봤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